마흔, 나는 미국에서 무엇을 하며 살까
어느 이민자가 EA(미국 세무사)가 되기까지. 학원 광고가 말해주지 않는, 자격증 그 다음의 진짜 이야기.
마흔이 되던 해, 저는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민자로 미국에 살면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 정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막막했지요.
그러다 우연히 EA라는 자격증을 알게 됐습니다. Enrolled Agent. 미국 국세청(IRS)이 인정하는 세무 전문가입니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어요. 검색을 해봤습니다. 생각보다 정보가 많지 않더군요. 그래도 한국 사람들은 대단했습니다. 강의도 있었고, 문제집도 팔고 있었으니까요.
가격이 싸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가 이 자격증을 따서 뭘 할 수 있을까. 거금을 들일 만한 일일까. 답을 모르는 채로도, 그냥 해보고 싶었습니다. 결국 큰돈을 들여 강의를 듣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지요.
새벽에 일어나 공부했다
새벽에 일어나 공부했습니다. 파트마다 열 번 넘게 읽으면서 개념을 이해하려고 애썼어요. 그런데 막상 문제를 풀면 이해도 잘 안 됐고, 기억도 잘 나지 않았습니다. 문제집은 비쌌어요.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게 좋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려면 돈을 더 써야 했습니다.
그래도 한 파트씩 도전하면 합격은 했습니다. 개인 세금(Part 1)은 제 삶과 관련이 많아서인지 재미도 있었어요. 사업체 세금(Part 2)은 전혀 연관이 없던 분야라 훨씬 힘들었습니다.
사실 Part 1을 통과하고 Part 2를 보기까지 1년이 걸렸습니다. 중간에 이해도 잘 안 됐고, 이걸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들인 시간과 돈이 아까웠고,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오래 걸렸지만, 끊지는 않았어요.
시험에는 계산 문제도 나옵니다.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어디서부터 계산해야 할지조차 모릅니다. 게다가 해가 바뀌면 세법도 수치도 달라져요. 그러니 되도록 공부를 끊지 않고 이어가는 게 좋습니다. 한 번 손을 놓으면, 다시 돌아오는 데 더 큰 힘이 들거든요.
대리·실무·절차(Part 3)는 쉬워 보였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세 파트를 다 통과했어요.
포기하지 않으면 결과를 보게 된다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격증은 시작이었어요. 그것이 취업을 보장해 주지도, 실력을 보장해 주지도 않았습니다.
자격증은 티켓일 뿐, 실전은 실무였다
저는 한인 회계사무실에 최저 시급으로 들어갔습니다. 경력도, 나이도, 내세울 게 없었으니까요.
회계사무실은 대부분 경력자나 전공자를 원합니다. 그래야 가르치기도 쉽고 편하니까요. 저처럼 비전공자에 경력도 없으면 뽑히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때 제 목표는 단순했어요. 뽑아만 주면 무조건 한다. 시급이 낮아도 상관없었습니다. 일단은 일을 시작해야 했으니까요. 뽑아준 것만으로 감사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접해야 그동안 배운 이론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세금 보고를 할 때는 소프트웨어 사용법도 몰랐고, 고객들이 들고 오는 세금 양식들이 뭔지도 몰랐어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졌고, 꾸준히 공부하니 이해가 됐습니다. 이제는 재미도 있어요.
회계사무실의 주요 업무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세금 보고, 북키핑(장부 정리), 그리고 페이롤(급여). 그 외에 오딧(세무조사) 대응, IRS 대리 업무, 그리고 자잘한 사무실 일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일하다 보면 내가 더 좋아하고 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학원이 말해주지 않는 현실
한국에도 EA 학원이 있고, 시험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알아볼 때, 학원들은 자격증 하나만 있으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다고 광고했습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한인 회계사들 사이에서 EA를 조금 우습게 보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회계의 한 부분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이지요. 그래서 처음엔 저도 좀 주눅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기로 했어요.
이건 미국 사람들도 공부 안 하면, 못하면 못 따는 자격증입니다. 미국 국세청이 직접 인정하고 발급하는, 공신력 있는 자격증이에요. 미국의 대형 세금 보고 회사들도 EA를 인정하고 필요로 합니다.
그러니 미국에서 이민자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EA도 충분히 괜찮은 길입니다. 미국은 누구나 반드시 세금을 내야 하는 나라이니까요.
공부가 내 미래를 준비하게 했다
무엇보다, 저는 이 공부를 하면서 제 미래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개인연금계좌(IRA)를 처음 알게 된 것도 이때예요. 이민자들은 하루하루 사는 게 힘들어 노후 준비를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랬을 거예요. 그런데 EA 공부를 하면서 IRA를 알게 됐고, 처음 가입해서 지금까지 매년 꾸준히 돈을 넣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세금 혜택을 받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제 노후를 위한 준비라 마음이 든든합니다.
결국 인생은 아는 만큼, 준비한 만큼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를 시작합니다
세금 보고를 해드리다 보면, 돈은 열심히 버는데 어떻게 절세해야 할지 몰라 세금을 많이 내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제가 가진 지식과 능력으로 그분들을 도와드리고 상담해 드릴 수 있다는 데서 보람을 느낍니다.
이 블로그도 같은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저 같은 도전을 꿈꾸는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곳에 EA 시험에 나오는 세금 개념들을 한국어로 차근차근 풀어서 설명하려고 합니다. 영어가 벽처럼 느껴지는 분도, 개념만큼은 모국어로 먼저 이해할 수 있도록요.
자격증은 티켓입니다. 실력은 그다음이고요. 그 길을 먼저 걸어본 사람으로서, 솔직하게 안내해 드리고 싶습니다.
면책 조항: 이 글은 교육 및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세무·법률·재정 자문을 구성하지 않습니다. 세법과 규정은 자주 바뀝니다. 개인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반드시 자격을 갖춘 세무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ataxwise.com과 작성자는 이 글의 정보에 근거한 어떠한 결정에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